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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일본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 あきはばら - Akihabara / 라디오 회관 / 돈키호테 / AKB48 극장 / 빅 카메라 아키바 / 애니메이트

by 훈바오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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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秋葉原あきはばら)는 일본 도쿄도의 번화가이자 주요 테마 관광지 중 하나다.

'만화 왕국' 일본을 상징하는 오타쿠 문화의 본고장이자 집합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관광지이다.

한편으로는 도쿄 중심부의 주요 교통 요지이자 오피스 타운의 면모 또한 가지고 있는 번화가이기도 하다.

대개 아키하바라역 주변과 그 서측에 있는 주오도리(中央通り) 주변 정도 혹은 소토칸다(外神田) 일대를 아키하바라라고 일컫는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범위가 다른 모양이다.

치요다구에서 세운 도시계획에서의 정의, 아키하바라의 여러 상점 조합들의 정의가 다 다르다.

과거엔 대한민국의 용산 전자상가처럼 전자상가 이미지가 강했으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오타쿠 문화 및 애니메이션 상품 판매 등을 위한 장소로 변모하였다.

때문에 현지 서브컬쳐 오타쿠들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에겐 서브컬쳐계의 성지나 메카로 여겨지는 장소다.

물론 해당 분야에 큰 관심이 없거나 2000년대 초 이전 일본을 방문했던 사람들, 나이 든 일본인들에게는 왕년의 전자상가 이미지가 아직 더 강하게 남아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의 오타쿠 문화로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 비디오 게임, 모형, 컴퓨터를 중심으로 아이돌, 음향기기, 밀리터리, 철도, 트레이딩 카드 등, 2차 대전 이후부터 버블 경제 말엽까지 일본에서 발달한 매니악한 취미가 모두 모여있는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취미와 관련된 매장을 찾기 위해 서울 전 지역을 돌아다니거나 얼마 안 되는 온라인 샵들을 이용해야 하고, 그나마 있는 점포에서도 매니악한 부류는 찾기 어렵지만, 아키하바라는 그 마이너한 취미를 취급하는 매장이 적게는 두세 개에서 많게는 열 군데 이상 존재한다.

미소녀 피규어, 건프라 등은 물론이고 철도 모형, 모형 총기, 1980~90년대 애니메이션, 자동차 모형 등 가히 무한에 가까운 테마 상품들이 쌓여 있다.

아키하바라를 처음 방문하면 그 관문이 될 아키하바라역 안에도 애니와 만화 광고가 도처에 깔려있고, 역에서 나오면 애니나 게임 음악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역 주변은 비교적 얌전한 편이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지는데, 주오도리로 다가가면 애니와 게임 광고들이 말 그대로 사방에 넘쳐나고 길가에 늘어선 가게들도 전부 만화, 애니, 게임 등으로 들어차 있으니 처음 방문한 오타쿠라면 저만치서 WTF를 외치며 돌아다니는 서양인 오타쿠의 심정에 공감 갈 것이다.

점심 시간이 지나가면 슬슬 코스프레를 한 홍보 알바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퇴근한 현지 직장인, 학생들, 저녁에 놀러나온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오후 6~9시에는 현란한 네온 간판들, 코스프레한 사람들이나 피규어나 각종 제품들 중 일부를 아예 가게 밖에 쌓아 놓고 홍보하는 가게까지 정말 미어 터질 정도로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처음 가보는 사람은 정말 눈이 쉴 틈이 없다.

오타쿠 굿즈 관련 가게들은 보통 오전 10시는 지나서야 오픈하기에 점심 시간 정도는 되어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키하바라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인데, 정작 오타쿠 관련 가게들은 보통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큰 곳들은 저녁 7~8시, 좀 작은 가게들은 5시 정도에 상당히 일찍 문을 닫는다.

한국 기준으로는 일찍 닫는 거지만 사실 일본의 밤 문화가 좀 빨리 끝나는 편이라 일본 기준으로는 상당히 늦게까지 여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경도 차이로 도쿄가 서울보다 한 시간은 일찍 해가 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점이나 모형점 등 단순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독특한 점포가 많다.

무엇보다 아키하바라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메이드 카페를 들 수 있고, 메이드와 함께 마작을 칠 수 있는 마장, 보드 카페처럼 휴대용 콘솔을 즐기러 모일 수 있는 집회소, 동인 작가를 위한 대여 스튜디오도 있다.

종종 뉴스에도 나오는 업소녀 대신 메이드가 나오는 유사풍속점도 거의 아키하바라에 모여 있으며 J-코어 또는 애니송 리믹스를 트는 클럽도 곳곳에 있다.

또한 전자부품 등을 많이 다루던 데서 착안해 개인의 공작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공구나 시설 등을 갖춰 놓은 공작카페 등도 있다.

단순히 드릴 같은 것만 가져다 놓은 게 아니라 DMM에서 운영하는 DMM.make AKIBA 같은 곳은 PCB 인쇄 설비나 CNC 설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준하는 시설을 갖춰두기도 한다.

아키하바라가 오늘날과 같은 취미의 거리로서의 지명도를 갖게 된 건 21세기에 들어서이다.

 

그 이전까지는 가전제품, 전자제품, 전자부품, 컴퓨터 등을 주로 다루는 점포들이 모인 마을로 유명했다.

라옥스, 이시마루 전기, 야마다 전기, 오노덴 등 거대 가전제품 전문점들이 아키하바라 중심가에 즐비했으며, 그 사이로 아이산 전기 등 대규모 점포부터 라디오 가든이나 전파회관 등의 상가에 자리한 소규모 점포까지 존재했다.

다종다양한 전자제품과 부품을 취급하던 지역으로서의 아키하바라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는 많이 쇠퇴했으나, 아키하바라는 전자 및 가전제품을 다룸에 있어서 여전히 일본 최고의 지명도를 지닌 거리이다.

패전 직후의 아키하바라는 가전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암시장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간 결과, 아키하바라 전자상가(秋葉原電気街, 아키하바라 전기가)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빅 카메라와 요도바시 카메라를 위시한 비 아키하바라 출신 전자제품 전문점이 일본 각지에 점포망을 펼치자 아키하바라의 상인들은 당시 새로이 등장하던 첨단제품인 컴퓨터에 집중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기존 전문점들은 물론이고 야마기와 소프트, T-ZONE, 도스파라, 츠쿠모, 소프맙 등 컴퓨터에 특화된 컴퓨터 전문점이 새로이 등장하였는데, 특히 1990년대 최전성기에는 이들 전문점이 아키하바라 각지에 부품 별 특화 점포를 내며 각자 열 곳, 스무 곳에 달하는 분점을 가지고 영업하며 컴퓨터의 거리로서의 명성을 공고히 했다.

아키하바라에 모여있는 각종 취미 전문점에 관심이 없더라도, 아키하바라는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면세 쇼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지역이다.

이전부터 아키하바라 곳곳에 면세점이 상존하고 있었는데, 2013~2016년 중국 경제 성장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단체관광 러시 및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한때 아키하바라에 중국인들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다.

한 번 사면 몇 십만 엔 어치를 살 정도로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한 유커들 덕분에 아소비트시티 등 몇몇 가게들은 덕질용품 판매사업을 접고 중국인을 위한 전자제품이나 면세상품 판매에 주력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이들이 오덕굿즈까지 싹쓸이해서 막상 가면 일부 품목은 이가 빠지거나 재고가 없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중국인들을 노리는 바가지도 흔했다.

몇몇 곳에서 파는 피규어들은 도쿄타워 쇼핑물이 더 가격이 쌌을 정도이다.

아키하바라 주변 호텔들도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만실인 경우가 허다해서 예약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만 2016년 중국 증시 폭락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호텔 예약도 그나마 한층 여유로워졌다.

 

반면 개개별로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인 싼커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입국 조건이 중국인보다 편하고 저가 항공으로 인해 일본 여행이 국내 여행과 경비차이가 별로 없어진 데다가 덕후문화&서브컬쳐의 양지화로 인해 아키하바라를 찾는 대만인 또는 한국인 관광객이 예전보다 많이 보이는 실정이다.

21세기 들어 아키하바라는 일본 정부에 의해 IT 산업의 요람으로서 새로이 육성되고 있다.

아키하바라를 알고 찾는 관광객들이 종종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정장을 입은 사무직 직장인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도쿄에서 사무단지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곳은 '샐러리맨의 성지'라는 별명까지 있는 신바시를 필두로 마루노우치, 오테마치, 니혼바시 등이 꼽히는데, 이들 지역이 실업, 금융업, 언론 등의 기업이 몰려있다면 아키하바라에는 주로 대형 IT 기업이 많이 모여있는 편이다.

청과시장 부지를 재개발하여 2000년대에 준공된 아키하바라 크로스필드가 대표적인데, 저층부의 식당가가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 이 곳은 대형 오피스 빌딩으로서의 구실이 훨씬 크다.

그 외에도 거대한 자사 빌딩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후지소프트와 인테이지가 눈에 띄는 편이고, 외국계 기업으로는 Yostar 일본 지사가 아키하바라에 이전해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자상가 시대의 연장선상으로,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를 요람 삼아 성장한 전자부품 회사들도 아직 다수가 아키하바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히로세 무선 등이 대표적인데, 이 회사의 경우는 자사 본사 빌딩에 유명 오락실인 HEY를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은 타이토에 넘겼지만 여전히 히로세 무선 빌딩에서 영업 중. 그 외에도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이 많다.

물론 이런 업종들만 있는 건 아니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키하바라랑 그다지 관련없어 보이는 업종도 많다.

세계 최대의 지퍼 생산 업체인 YKK의 본사가 아키하바라에 존재하고, 일본에서 유명한 초콜릿 메이커인 티롤 또한 아키하바라 주오도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히타치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산업기계 메이커 히타치산기도 아키하바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히타치 그룹의 사무실이 여기저기 다수 입주해 있다.

일본 굴지의 물류 기업인 일본통운은 아예 아키하바라에서 창업하기도 했고, 잠시 신바시로 본사를 옮기기도 했지만 2022년에 다시 아키하바라 인근에 새 건물을 세워 돌아오기도 했다.

아키하바라가 오타쿠의 성지로 굳어진 것은 21세기 들어서, 일러도 1998년 경으로 추정된다.

아키하바라가 오타쿠의 성지로 굳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이 중 하나만이 옳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선 198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전자제품점의 부진, 그리고 게임 취급 확대이다.

양판점의 부상으로 인해 아키하바라의 전자제품점들은 가전 제품 판매의 부진을 매꾸고자 전자제품의 연장선상으로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를 다루기 시작했고, 이게 게임 오타쿠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로 인해 아키하바라에 게임 전문점이 하나 둘 늘어갔고 이곳을 드나드는 게임 오타쿠들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 당시 컴퓨터 붐에 힘입어 아키하바라에서 맹렬하게 점포를 늘려가던, 당시에는 게임을 포함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점이었던 소프맙의 힘이 컸다.

두 번째로 마찬가지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에 시작된 전자제품점의 다각화로 인한 A/V매체 취급 확대다.

이는 부진과도 연관이 있는데, 전자제품 한 우물만 파서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전자제품점들이 그 이외 관련있는 여러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영상매체이다. 일본은 일찌기 높은 소득 수준을 달성함으로서 그만큼 고가의 문화 소비도 수요가 높았고, 덕분에 고급 A/V와 레이저디스크 같은 고사양 매체에 대한 수요 또한 상당했다.

아키하바라의 전자제품점들은 여기에 주목해 이러한 매체들의 취급을 시작했고 나름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

물론 이 중에서는 애니메이션도 많았고, 특히 이전부터 음반 등의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아키하바라의 터줏대감 이시마루 전기(이후 에디온에 흡수)의 경우 영상매체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이 아키하바라에 모이게 된다.

세 번째로 2000년대 들어 시작된 PC 시장의 부진과 타겟층의 전환이다.

가전 부문에서의 부진을 매꾸기 위해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했고 이들이 90년대까지의 아키하바라 컴퓨터 붐을 이끌었다는 것도 상술했는데, 2000년대 들어 컴퓨터 붐이 점점 사그라들고, 일본 컴퓨터 시장이 조립보다 완제품 위주로 전환되게 되자 조립 PC 위주였던 아키하바라 컴퓨터 전문점들도 점점 가라앉게 된다.

더구나 일본 PC 게임 시장은 MSX의 종말 후 대형 게임 메이커가 진출하지 않거나(닌텐도, 남코 등) 곁다리 수준(스퀘어, 세가 등. 이나마도 해외 지사나 자회사가 주축이 되었다.)으로, 혹은 해외 게임 유통 정도로만 대응하는 수준(일본 게임회사 중 PC 게임을 주 종목으로 삼는 회사 중 가장 메이저한 것이 니혼 팔콤이었으니 말 다 했다.)이었기 때문에 점점 축소되게 되었으며, 이는 안 그래도 비교적 작았던 일본 국내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축소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 속에서 꾸준히 남은 것이 다름 아닌 에로게 시장이었으며, 결국 아키하바라에 PC 게임을 구매하러 모이는 소비자는 주로 에로게 오타쿠들이 되었다.

네 번째로 1990년대 중반 꿈틀거리기 시작한 취미 전문점들의 확대이다.

상술한 이유로 아키하바라에 알게 모르게 오타쿠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이들을 겨냥해 각종 오타쿠 상품, 특히 당시에는 수요는 있어도 다소 위험성 있는 상품으로 취급되던 동인지를 전문으로 하는 서점인 토라노아나가 1994년 아키하바라에 창업한다(이후 1996년 법인화).

이를 시작으로 이케부쿠로에서 창업해 본거지로 삼던 애니메이트도 1997년 아키하바라점을 개업하고, 1998년에는 아키하바라의 얼굴인 라디오회관에 오타쿠 대상 점포인 이케부쿠로의 K-BOOKS, 교토의 보크스, 오사카의 카이요도 등이 몰려들게 된다.

이렇게 아키하바라에 오타쿠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이들을 겨냥하여 각종 오타쿠 점포가 일본 각지에서 모여들게 된 것이 아키하바라의 오타쿠 거리화의 시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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